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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들, 유생 되어 "아리랑"…장기면에서 한가위 앞두고 K-컬처 삼매경무적캠프 미군 20여 명 참가…붓글씨로 한국 이름 쓰고 호박전·오색김밥까지

포항 장기면에서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유건을 쓴 미군 장병들이 소고를 높이 들고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장기발전연구회(회장 이종길)는 지난 9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포항시 남구 장기면 봉산극기체험센터에서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의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 「K-선비, 오늘 나의 이름이오!(K-Scholar, It's my name for today!)」를 운영했다.

@미군 장병들이 태극 문양 소고를 높이 들고 풍물 장단에 맞춰 '아리랑'을 따라 부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포항 오천읍에 주둔 중인 캠프무적 소속 미해병 20여 명이 참가해, 추석 한가위를 앞두고 한국 고유의 민속 풍습과 전통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참가 장병들은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청색 도포와 유건을 갖춰 입고 조선시대 유생으로 변신했다. 낯선 한복 매무새를 서로 잡아주며 웃음을 터뜨리던 장병들은, 곧이어 진행된 K-예절 체험에서 한국 전통 인사법과 선비의 몸가짐을 배우며 이내 진지해졌다.

@미군 장병이 족자에 붓으로 자신의 한국식이름 을 또박또박 옮겨 적고 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순서는 K-글(붓글씨) 체험이었다. 장병들은 족자 위에 자신의 한국식 이름을 붓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적었다.

"Cynder는 한글로 '신더'라 쓴다네!" 서예 강사의 설명에 따라 장병들은 어깨를 웅크리고 붓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처음 잡아 보는 붓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몇 번이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고, 마침내 또박또박 완성된 자신의 한글 이름 족자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붓을 다루는 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예(禮)를 익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장병들이 예절교육과 아리랑 따라 부르기를 체험하고 있다.

K-뮤직 체험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태극 문양 소고를 손에 들고 풍물 장단을 배웠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소고를 높이 치켜들고 원을 그리며 도는 장병들의 몸짓이 이내 신명으로 바뀌었다. 이어 "아리랑" 가락이 흘러나오자 장병들은 서툰 발음으로나마 후렴을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됐다.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장병들의 모습에 행사장은 잔치 분위기로 물들었다.

추석을 목전에 둔 만큼 K-푸드 체험도 명절 음식으로 채워졌다. 장병들은 장기 지역 특산물인 호박을 썰어 전을 부치고, 다섯 가지 색 재료를 넣은 오색김밥 말이에 도전했다.

김발 위에 밥을 고르게 펴고 재료를 올려 돌돌 마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완성한 김밥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맛있다(Delicious!)"를 연발했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풍습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지자,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근무 중인 장병들은 더욱 깊이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미군 장병들이 유생복을 갖춰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사를 마친 장병들은 유생복 차림으로 현수막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며 수료의 기쁨을 나눴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니엘 석(MSgt Daniel Sok)상사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한국의 고유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특히 미국이 추수감사절과 유사한 추석을 앞두고 소중한 한국문화의 체험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동적 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역에서는 이번 행사를 두고 지역 자생단체가 주관하는 민간 문화 외교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한미군 장병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고 돌아감으로써, 지역과 미군 부대 간 우호 증진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업은 국가유산청 '살아숨쉬는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돼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장기발전연구회가 주관한다.

다음 프로그램은 오는 10월9일 학삼서원에서 진행된다. 문의는 010-3949-9979(장기향교 프로그램 운영부)

이한웅 기자  newskore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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