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을 맞은 8월 15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삼서원 마당은 이마에 태극기 머리띠를 두른 '독립군' 30여 명의 열기로 뜨거웠다.
장기발전연구회(회장 이종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학삼서원 일원에서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부제: 코드명 학 세마리)의 세 번째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2026년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활용사업으로 선정된 이 날 행사는 대부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3시간 내내 높은 몰입도로 미션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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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의미있는 광복절 프로그램을 마치고 환호를 지르고 있다. |
이날 프로그램은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의 강의로 문을 열었다. 서원 마루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을 앞에 두고, 강사는 조선시대 장기를 배경으로 향교와 서원이 각각 어떤 기능을 했는지부터 차근차근 풀어냈다. 나라가 세운 지방 교육기관인 향교와, 사립 교육기관인 서원의 차이를 설명할 때 참가자들은 워크북에 밑줄을 그으며 귀를 기울였고 특히 백범 김구선생의 친필 현판이 학삼서원에 두 점이나 걸려 있는 과정에 대해 많은 흥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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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참가자들은 팀별로 의병단을 조직했다. 흰 천을 펼쳐 놓고 빨강·파랑 마커로 직접 태극 문양을 그려 넣는 순간, 테이블마다 진지한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가 자를 대고 괘를 그으면 아이가 색을 채우는 식으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완성된 태극기 머리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매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한 참가자는 머리띠에 '광복군'이라고 손글씨를 써넣기도 했다. 강사와 진행 요원들도 태극기 배지를 단 남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현장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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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임무가 시작되자 서원 곳곳이 술렁였다. 첫 미션은 서원에 걸린 여섯 개 현판 중 김구 선생 친필 두 점을 찾아내는 것.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되새기며 참가자들은 워크북과 단서 카드를 손에 들고 강학당과 사당을 오가며 글씨체를 비교했다.
압권은 군자금 전달 미션이었다. 암호를 풀어 수행하던 중 밀정에게 발각된 독립군은 '장기 주재소'라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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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을 마친 참가자들은 마당에 마련된 떡메 체험장으로 모였다. 장기 지역 특산물인 친환경 단호박을 넣어 노랗게 물든 떡 반죽이 떡판에 오르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떡메를 잡고 힘껏 내리쳤다. "쿵!" 소리가 서원 담장을 울릴 때마다 주위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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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말미, 참가자들은 학삼서원 현판과 태극기 아래 모여 주먹을 치켜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오늘처럼 세 시간을 집중하는 걸 처음 봤다"라며 "그냥 듣는 역사가 아니라 뛰고 풀고 만드는 역사라 몸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장기발전연구회 회장은 "장기는 지도에서 찾기도 어려운 작은 고을이지만, 이 땅에 새겨진 충의(忠義)와 독립의 역사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산"이라며 "역사를 잇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는 믿음으로 남은 프로그램도 정성껏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기발전연구회는 오는 9월 13일(토) 네 번째 프로그램 '물고기, 용쓰면 용된다'를 장기향교·장기읍성에서 연다. 향교 건물에 새겨진 용과 물고기 문양에 담긴 등용문의 비밀을 풀고 선비의 상징 갓을 만들어 보는 체험이다.
참가비 무료, 회차별 20명 선착순.문의010-3949-9979(장기향교 프로그램 운영부).
이한웅 기자 newskore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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