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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장기지역 풍물단과 함께 국악기를 활용하며 읍성 북문으로 행진 하고 있다.
포항 장기향교 앞마당에 조선시대 의병들이 되살아났다. 두건을 쓰고 유생복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이 한글 암호를 풀고 성현의 위패를 구출한 뒤, 장기읍성 성벽을 배경으로 풍물패와 함께 힘차게 행진했다.
포항시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장기발전연구회가 주관하는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부제: 코드명 학 세마리)의 첫 번째 프로그램 유생, 의병이 되다가 6월 13일(토) 장기향교·장기읍성 일원에서 열려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는 물론 외국인까지 합류해 20여 명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으며, 참가자들은 역사 현장에서 직접 미션을 수행하며 살아있는 전통문화의 진수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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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향교 명륜당 앞에서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현수막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한글 암호 해독으로 18성현 위패 구출
이날 오전 10시 장기향교 명륜당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은 강사의 설명과 워크북을 활용한 한글 암호 해독으로 막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독립운동 당시 비밀병기로 쓰인 한글 암호표를 손에 들고, 장기향교에 봉안된 18성현의 위패가 숨겨진 장소를 해독해 나갔다. 아이들도 부모와 머리를 맞대고 암호를 풀며 진지하게 미션에 임했고, 해답을 찾아낸 순간에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암호 해독에 성공한 참가자들은 위패를 직접 품에 안고 장기읍성 북문까지 이동해 안전하게 모시는 의식을 치렀다. 약 600년 전 임진왜란 당시 선조들이 왜군의 칼날을 피해 위패를 지켜낸 역사적 현장을 온몸으로 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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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생복을 입은 어린이 참가자들이 워크북의 암호를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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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참가자들도 유생복을 착용하고 체험에 참여했다
■ 조선의 비밀병기 비격진천뢰…씨앗 폭탄으로 부활
위패 구출 미션을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비격진천뢰 씨앗 폭탄 만들기에 도전했다. 점토와 배양토, 씨앗을 5대 3 비율로 섞어 반죽한 뒤 둥글게 빚어 폭탄 모양을 완성하는 체험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장손이 발명한 조선의 첫 시한폭탄 비격진천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완성된 씨앗 폭탄을 장기읍성 성벽을 향해 직접 투척해 보는 순간 참가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비가 오면 점토가 녹으면서 씨앗이 싹을 틔워요. 무기가 생명을 키우는 씨앗이 되는 거죠." 강사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씨앗 폭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 하이라이트는 읍성 행진…풍물패와 함께한 역사 퍼레이드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장기풍물단과 함께한 장기읍성 일대 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유생복 차림으로 소고를 손에 들고 풍물단의 신명나는 장단에 맞춰 읍성 성벽을 따라 행진했다. 드넓은 하늘 아래 조선시대 기치(旗幟)가 펄럭이고, 꽹과리·북·장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역사 속 의병이 된 듯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처음 축조된 둘레 1,440m의 장기읍성 성벽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퍼레이드는 참가자들에게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생생한 역사 체험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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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장기읍성 안에서 장기풍물단과 함께 전통 풍물 공연을 즐기고 있다.
■ 미국인 참가자 "한국 역사의 숨결 느꼈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는 포항에 거주하는 미국인 마조리(Marjorie·63) 씨도 눈에 띄었다. 그는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이었다(It felt like a time travel into Korean history — truly special)"며 "암호를 풀고 위패를 직접 옮기는 체험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장기읍성에서의 행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장기발전연구회 관계자는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남은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해 장기 지역의 역사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다음 행사는 오는 7월 17일(목)에 열리는 'K-선비, 오늘 나의 이름이오!'(7월 17일·10월 17일)다. 외국인·다문화가족을 위한 K-컬처 특화 프로그램으로, 유생복 착용, 족자에 한글로 영어 이름 쓰기, 전통 장단 배우기, 부추전·호박식혜·김밥 만들기 등으로 한국 전통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참가 신청(회차별 20명, 선착순)은 ☎ 010-3949-9979으로 하면 된다.
이한웅 기자 newskore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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