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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명예교수(포항고전연구소 소장), 입암28경 창화시 538수 완역

포항 죽장에 있는 입암(立巖)28경을 노래한 한시 538수가 마침내 모두 번역되었다.

한동대학교 김윤규 명예교수(포항고전연구소 소장)는, 지난 400년간 지어진 입암창화 한시를 지속적으로 찾아 번역하고 연구하여 『입암28경과 창화시』(학고방, 2026.4.30.)로 출판했다고 최근 밝혔다.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에 있는 입암과 그 주변 경물은 명승으로 유명하였, 여기에 설립된 일제당(日躋堂) 일원과 입암서원(立巖書院) 일대는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이 명성을 얻은 것은 조선 선조 임진왜란 시대에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선생이 이 지역의 선비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문한 데서 시작되었다.

여헌 선생은 이곳의 경치와 풍속이 아름다우므로 명승 28곳에 이름을 붙이고 그에 따른 한시를 지어 찬상하였다. 당시에 선생을 따라 많은 선비들이 시를 지었는데, 그 중에는 가사문학의 거장인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 같은 이도 있었고, 창석(蒼石) 이준(李埈) 같은 학자들과 시인들이 있었다.

여헌 사후에도 많은 선비들이 입암을 방문하여 여헌의 정신을 추모하고 그 시상을 따라 한시를 짓는 문화가 지속되었다. 김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여헌과 동시대인 1600년대에 7명, 1700년대에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등 15명, 1800년대에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등 14명, 1900년대에도 12명의 한시 작가들이 여헌을 따라 한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여헌 자신과 후배들이 지은 시조와 한시가 총 538수나 되니, 이는 한 구역의 경물에 대해 수행된 가장 집중적인 창작활동에 해당되며, 조선 후기 우리 한문학사의 한 성황을 보이는 것이라고 김교수는 평가하였다.

입암 창화 작품군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여헌의 명명 의도를 따라 자신을 수양하고 선한 의지를 함양하며 학문적 성실을 회복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입암 작품군은, 아름다운 자연물에 대한 감정적 동화를 기본으로 하여, 세상의 어지러움을 떠나 선경에서 은둔하고자 하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 많은 한시들이 28경이라는 경물의 숫자에 주목하여, 이를 하늘에 있는 28수[宿]의 별자리와 등치시키는 경향도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전체 작품의 수를 28로 하고 각 작품의 운자(韻字)를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 규루위묘필자삼(奎婁胃昴畢觜參), 정귀유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이라는 별자리 이름으로 읊은 예가 많다고 하였다.

김교수는 이 책을 통해 실제로 입암28경을 방문하는 시민이 많아지기를 기대하였다. 특히 실제로 우리가 지금도 바라보거나 앉을 수 있는 입암28경을 현지에서 만나서, 바로 그 풍경과 맞춰보면서 이 번역된 한시를 읽으면, 당시에 선비들이 풍경을 대하는 정신과 풍류가 느껴져서, 그 문화가 바로 우리 삶에 전해지는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혼란하고 거친 현실에서 잠시 떠나, 자연 속에서 선인들이 들려주는 여유와 사색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김교수는, 자신이 이미 2011년에 『입암시가산책』(포항문화원)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었으나, 이후 15년 동안 전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발견하였고, 이제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아서, 전체를 번역하여 이 책을 낸다고 하였다. 그는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거의 소실상태에 있는 작품군도 발견하였고, 후손조차 모르는 작품들도 매우 많으며, 어떤 필사본은 아직도 지은이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아직도 한두 분의 작품은 제목만 있고 본문을 찾지 못했으므로, 혹시 후손 중에서 조상의 문집을 가진 분은 좀 보여주기를 당부한다고 하였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포항에 이렇게 엄청나고 특별한 문학적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포항 사람들 자신이 모른다는 점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포항은 남다른 서정성으로 탁월한 문학을 생산한 고장이며 우리는 바로 그분들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회복하는 데에 이 책이 쓰이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이한웅 기자  newskore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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