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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속 경주시청 종합민원실에 부착된 난방중 문구 (사진=콘텐츠코리아) |
천년 고도 경주가 들썩이고 있다.
올 가을 개최될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시 전체가 준비의 열기로 가득하다. 지난주 2025 농업기술박람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이번 주에는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이 막을 올릴 예정이다.
경주시민의 날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APEC 정상회의 성공을 다짐했고, 6월 9일에는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함께 K-MISO CITY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한 경주의 노력은 가히 눈부시다.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현대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조화롭게 보여주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고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6월 10일, 경상북도 시장군수 회의가 경주에서 열렸다. 낮 최고기온이 32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진행된 중요한 회의였다. 그런데 이날 경주시청 종합민원실에서는 기가 막힌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드나드는 공간에 "난방중"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부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32도의 폭염 속에서 말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지난 겨울 추위를 대비해 부착했던 안내문이 무더위가 시작된 6월까지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더욱이 이곳은 경주시청의 심장부이자 내외국인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 중 하나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각종 민원업무나 관광정보 확인을 위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가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거창한 행사 준비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가까운 곳의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기 쉽다. 폭염 속 "난방중" 문구는 바로 그런 맹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는 단순히 화려한 행사장 하나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이 경주라는 도시 전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곧 경주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그리고 시내 곳곳의 작은 시설 하나하나까지도 경주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시청과 같은 공공기관은 그 도시의 행정 수준과 시민 서비스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외국 정상들의 수행원이나 언론진, 그리고 각국에서 온 관계자들이 업무상 시청을 방문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런 상황에서 폭염 속 "난방중" 안내문을 마주한다면 어떤 인상을 받을까?
이는 단지 안내문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히 챙기는 자세와 관리 시스템의 문제다. 만약 이런 식의 관리가 계속된다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더 큰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행사장 곳곳의 안내표지판이나 편의시설, 교통 안내 등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도시 전체의 점검과 정비에 나서야 한다. APEC 정상회의라는 큰 그림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아야 한다.
각 부서별로 관리하고 있는 안내문과 시설물들을 전면 점검하고, 계절에 맞지 않거나 부적절한 내용들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이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중요한 행사를 앞둘 때마다 시설물과 안내문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들은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경주의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천년 고도의 품격에 걸맞은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더욱 차분하고 꼼꼼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폭염 속 "난방중" 문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거창한 것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경주의 모습이 완벽하게 준비되길 바라며, 이런 작은 실수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는 이런 세심함에서 시작된다.
경주시는 또 한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의 조언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고 큰 행사를 위한 예방주사로 생각하고 더 차분히 준비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한웅 기자 newskore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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